가문비나무엔 허파가 없다
심은섭
이동의 욕망이 화산처럼 솟구칠 때마다 신은 나의 허파를 떼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친정집 마당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습니다
까마귀가 스무 가지의 감각을 주고 갔지만 눈과 귀를 닫고 삽니다 오랜 시간은 이동의 습성을 잃어버리게 했습니다 그 죄로 직립의 자세로 저녁 마다 굵고 긴 반성문을 씁니다 수은주의 붉은 혓바닥이 빙점 아래로 통과 할 때 벌목공의 톱날에 온몸이 발려 나가도 이젠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둣빛살점이 뜯겨나가도 피죽바람을 불러와 생손을 앓습니다 나는 어떤 계절에도 한 장의 잎만으로도 천공을 뚫고 부활을 합니다
출처-『시현실』 2022년 가을호에서
'심은섭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사들의 '천직적 직업관' 누가 무너뜨... (0) | 2023.08.25 |
---|---|
춘래불사춘 (0) | 2023.02.06 |
박인환문학상 수상 (0) | 2022.09.28 |
강원도민일보 공로장 (0) | 2022.09.28 |
심은섭 시인/ '패러디란? (0) | 2022.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