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새와 초허
정계원
강릉군 사월면 노동리 71번지에 어둠이 짙게 내린 저녁
다섯 살 된 한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부엉새 울음소리가 귓불에 가득 고이는 밤, 덕실리에 품앗이갔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 등잔 앞에 앉아 있는 아이의 친구는 적막뿐이고, 등잔불은 문밖의 짐승 우는 소리에 흔들리고 있다 풀벌레소리가 섬돌 위에 하얗게 쌓인다 고요 한 겹이 아이의 무릎 위에 더 쌓여도 아이는 기다림에 흔들리지 않는다
달빛에 비친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감나무, 그 나뭇가지에서 아이의 불안을 키우는 부엉새, 먼 길 치맛자락 끄는 소리, 등에 달빛을 가득 지고 오는 어머니, 문종이에 싸인 약과를 내준다 아이가 달려드는 품이 봄날 같아서 눈물이 저녁강처럼 흐른다
밤이 깊어도 부엉새 울음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는 엄마의 품
지금은 모두가 사라진 빈집이다
『시와 편견』 2023년 겨울호 발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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