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메 ⃰ 웨딩마치
정계원
오전 11시, 세인트컨벤션 다이아몬드홀에
사람꽃들이 피어있다
사회자가 신랑 입장을 외친다
신랑은
푸른 지느러미를 흔들며 무대에 오른다
신부도 잘 익은 사랑을 한아름 안고
따라 오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이런 상념에
젖어 본다
두 강물이 아우라지가 되는 순간이며
사막을 걸을 때면 서로가 이끌어주리라
한 컵의 물을 나눠 마시며
외나무다리를 만나면 누군가 업고 가리라
비가 오는 날엔 서로가 우산을
받쳐주리라는 것을...
예식장 원탁에 앉은 모든 하객들,
원앙처럼 살아갈 것을 기도와 앙망으로
우레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신랑신부는 종점을 향해 첫발을 내디디며
넉넉한 생의 단맛을 초벌구이하고 있다
⃰자루메 : 병산 옛 지명
2025년 『시현실』 봄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