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쏘다니던 곳의 동쪽을 모르겠다
방향을 물어서 찾아갔다
오래전 살았던 곳고 떠났다 돌아오면
모래 언덕으로 변해 있다
질료가 곧 삶인 채, 질료와 무관한 삶인 채
약수터 이름을 베낀 식당
친환경 페인트 가게, 몸빼도 파는 구제옷 가게
오래된 처음이 동족 그리고 서쪽이라는 이름으로 살아 있다
부하라 사람들은 사 백 년 전 건물에서
조상들이 입었던 것과 똑같은 옷을 입고
물건을 사고팔고 한다지, 10세기에 지어졌다는
공중목욕탕도 그대로 영업 중이라지
부하라 사람들을 나의 과거라고 부른다
나의 미래라고 부른다
가방을 팔고 신발을 팔지만
아무것도 팔지 않는 곳처럼 보일
산 자들의 살아 있는 박물관
물건이 귀할 때는 사람도 귀했다
좋아했던 영어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스누피 가방을
통학 버스에서 잃어버린 아침
버스 종점과 학교 사이 절벽을 오르내렸다
세상 다 잃은 듯한 얼굴이었을 거다
세상 다 잃은 얼굴은 사실 세상 다 가진 얼굴
늘 응달이 져 만년설원처럼 보였던 동부시장을
지도도 없이 찾아갔으나 물건도 없고 사람도 없다
물건을 잃고 사람도 잃었다,
그토록 쏘다니던 곳을 잃을 길 없이 잃었다
-출처 : 시현실, 2026년 여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