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늙은 동백나무/정계원

정계원 시인 2022. 6. 20. 21:45

 

  늙은동백나무

 

 

  정계원

 

 

  그들이 서서 목관을 짜는 줄 알았으나

  생리통을 앓고 있다

 

  나이테가 촘촘한 몸들, 폐경의 긴 슬픔으로 지난 겨울은 어느 해 보다 더 길었고 꽃샘 추위 마저 그들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등뼈의 사골국물까지 우려내며 허물어지는 몸과 싸워왔으나 죽음의 독촉장이 날마다 배달되었다

 

  그들은 돋보기에 의지하며 살찐 저녁이 주저앉지 않도록 손에 손을 맞잡고 시간에 저항하며 살았다 손끝에 피멍이 맺히도록 운명의 망치질을 하며, 생을 붉게 담금질했다 묵은 시간을 태우며 폐경의 탈출을 꿈꾸던 어느 날,

 

  오래된 몸에서 꽃이 핀다 그리고

  다시 초경으로 돌아간다

 

2022동안여름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