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고독 퇴치용 주酒님/ 심은섭 시인

정계원 시인 2025. 8. 27. 02:02

 

    고독 퇴치용 주

 

 

   심은섭

 

 

 

   나의 사주에 홀로 걷는 낮달이 떠 있다

 

   난생처음 뭉게구름과 교신을 시도해 본 적은 있으나 혼기가 지난 앵두도, 서낭당 물까마귀조차 외면했다 심지어 사계절조차 양심을 버리고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낮달은 중천을 오랫동안 홀로 걸었다

 

   짓궂은 좀생이별이 홀로 걷는 낮달의 옆구리를 꾹 찔러보았다 일순간 표독한 고독이 껍질째로 쏟아졌다 낮달은 고독을 퇴치하려고 두 평 남짓한 주님의 교회를 찾았다 술병들이 허리 굽혀 맞이했다

 

   16도의 주님으로는 고독이 퇴치되지 않았다 96도의 보드카 주님을 몸속으로 강림하시게 하니 고독이 빤쓰런*을 했다 주님을 따르던 애주가들이 일제히 권주가를 불렀다 낮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도

 

   나의 사주에 고독이 장기 사글세로 산다

 

 

 

    *도망치는 것을 조롱하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