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퇴치용 주酒님
심은섭
나의 사주에 홀로 걷는 낮달이 떠 있다
난생처음 뭉게구름과 교신을 시도해 본 적은 있으나 혼기가 지난 앵두도, 서낭당 물까마귀조차 외면했다 심지어 사계절조차 양심을 버리고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낮달은 중천을 오랫동안 홀로 걸었다
짓궂은 좀생이별이 홀로 걷는 낮달의 옆구리를 꾹 찔러보았다 일순간 표독한 고독이 껍질째로 쏟아졌다 낮달은 고독을 퇴치하려고 두 평 남짓한 주酒님의 교회를 찾았다 술병들이 허리 굽혀 맞이했다
16도의 주酒님으로는 고독이 퇴치되지 않았다 96도의 보드카 주酒님을 몸속으로 강림하시게 하니 고독이 빤쓰런*을 했다 주酒님을 따르던 애주가들이 일제히 권주가를 불렀다 낮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도
나의 사주에 고독이 장기 사글세로 산다
*도망치는 것을 조롱하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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