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발표작품

강물의 발톱을 보았다

정계원 시인 2025. 8. 27. 02:11

강물의 발톱을 보았다

 

 

정계원

 

 

 

내가 강물의 발톱을 찾으려고 계곡으로 찾아갔으나

바람이 말하기를

장마전선을 만나기 전까지 발톱이 없다고 한다 아니다

 

등뼈가 휘어진 열목어가

세제 거품이 강물의 발톱이라고 설파한다 아니다

 

내가 이슬만 먹고 산다는 무릉도원으로 찾아갔으나

도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먹구름이 뿌린 DDT

눈먼 꽃이 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아니다

 

내가 강물의 발톱을 찾으려고 강가의 오리를 찾아갔다

그의 발톱은

강물의 발톱이 아니라 폐수를 막아주는 천사다 아니다

 

강물이 발톱을 드러낼 때 내가 혹등고래를 찾아갔으나

어린고래에게 물릴 젖이 없는

어미고래의 하소연이 한 권의 책이다 아니다

 

폐수를 받아마신 강물이 또 다시 발톱을 손질한다는

풍문이 돌았다

눈이 큰 짐승들의 얼굴에 표정이 태연하다 아니다

 

서쪽에서 국적을 알 수 없는

강물의 발톱을 손질하려고 먹구름 떼가 몰려오고 있다

 

 

 

 

2025스토리문학하반기 발표작

 

'문예지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고양이들의 근황  (3) 2025.09.04
통밀의 탈주  (2) 2025.08.27
들고양이들의 근황  (5) 2025.08.27
추암촛대바위  (1) 2025.08.27
자루메 웨딩마치  (1)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