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수식어
천융희
옆집 검은 개 깜이를 까미, 까뮈라 부르자 낮은 담장 너머 허기진 붉은 혀를 헐떡였다
감나무를 타오른 환삼덩굴, 가까스로 뻗은 손끝에서 감이 익어갈 즈음 쌓인 고지서를 읽고 심드렁해진 바람은 지루한 하품을 해대며 술렁인다
선잠에 취한 햇발이 저녁 경계에 닿자 후드득 몰려온 새의 이마가 곤두박질친 하늘은 오늘도 텅 비었다
몇 달 전 떠난 주인의 마지막 배려인 양 수돗가 긴 호수가 마당을 가로질러 빈 그릇에 표면장력의 물방울을 공급하고
이를테면 빈집의 수식어다
골목 끝 홀로 남겨진 노모가 짧은 혀를 차며 밥그릇을 밀어주고는 쓸쓸히 돌아간 그 밤
두들기는 빗소리를 온몸으로 맞으며 허공에 난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까뮈,
비폭력의 폭력 속에 갇혀버린
세계의 다정스러운 무관심*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에서
-출처 : 천융희, 시집 『평일의 상담소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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