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심은섭 시인/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정계원 시인 2022. 1. 6. 03:47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옷소매를 통과하던 두 팔이 달아나고, 그 자리에 달의

뒤편으로 뻐어가던 내 어둠이 채워졌다 그 어둠 속에서

누가 나를 집어삼키고 내 손금마저 사용하고 있었다 나

는 시나브로 아침을 통과하지 못한 저녁으로 자랐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폐경의 꽃이 하혀을 했

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내고 송곳 같은 부리로 나의 어

둠을 쪼아대며 유방 하나를 떠어 내 입술에 걸어 주었다

그럴수록 달아났던 두 팔은 회향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자본에 조련된 한 구의

시체가 흰 기둥에 걸린 출군 인식기를 통과했다 그는 어

느 누구도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이었고 그 두 손엔 아무

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심은섭 시집,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상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