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옷소매를 통과하던 두 팔이 달아나고, 그 자리에 달의
뒤편으로 뻐어가던 내 어둠이 채워졌다 그 어둠 속에서
누가 나를 집어삼키고 내 손금마저 사용하고 있었다 나
는 시나브로 아침을 통과하지 못한 저녁으로 자랐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폐경의 꽃이 하혀을 했
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내고 송곳 같은 부리로 나의 어
둠을 쪼아대며 유방 하나를 떠어 내 입술에 걸어 주었다
그럴수록 달아났던 두 팔은 회향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
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자본에 조련된 한 구의
시체가 흰 기둥에 걸린 출군 인식기를 통과했다 그는 어
느 누구도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이었고 그 두 손엔 아무
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심은섭 시집,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상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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