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랑문학상 심사 경과
영랑문학상은 한국 순수시의 대표적 시인인 김영랑(본명 : 김윤식)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또한, 김영랑 시인이 지향한 순수시 정신을 이어가려는 뜻도 담았다. 영랑은 한국 근대 시사에서 소월과 함께 서정시의 최고봉을 이루었다. 특히 영랑은 민족 수난의 한과 비애를 민요적 율조에 정화된 가락으로 담아내면서 한국적 고유 정서를 시화했다. 영랑의 시에 나타난 음악성과 아름다운 시어가 빚은 리듬, “오메 단풍 들것네”처럼 부드럽고 친근하게 구사하는 전라도 방언 등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현실참여시와 순수시의 논쟁이 치열할 때 영랑의 시는 순수시의 대표적 상징으로 꼽혔다. 그러면서도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를 산 지식인의 시인답게 영랑에게는 투철한 역사의식이 자리했다. 예컨대, 17세의 어린 나이에 기미독립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일이라든가 일본 유학 당시 혁명가 박열과 교분을 쌓았던 일은 영랑의 역사 인식을 잘 보여준다. 일제의 창씨개명 요구 거부, 삭발과 신사참배 거부뿐만 아니라 국민복을 한 번도 입지 않을 만큼 투철한 민족정신을 보였다.
1930년대 한국의 현대시는 ‘시문학’, ‘시인부락’ 등의 동인지를 통해 지평을 넓혀 오늘의 한국 문단을 살찌우는 초석을 다졌다. ‘시문학파’는 카프 해체 이후 한국의 시단이 나아갈 방향을 세우는 중추였다. 시문학파의 중심에 김영랑이 있었으며, 전남 강진군에 소재한 영랑 생가와 기념관에 가면 시문학파의 활동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박영하 주간이 이끌고 있는 『순수문학』은 영랑의 계보를 잇는 문학의 시대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영랑문학상 수상자는 영랑의 시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영랑문학상은 영랑이 지닌 순수시의 서정성을 이어받으면서도, 역사 속에서 늘 깨어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시인적 면모를 잃지 않는 문인을 찾아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영랑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위원이 구성되고 대상 작품 검토에 들어갔다. 27회 영랑문학상 심사위원은 장윤우, 이명재, 곽문환, 진동규, 정연수 등 시인 소설가 평론가로 구성했다. 영랑문학상은 작품의 미학 수준 외에도 영랑의 시정신과 현대적 감각의 가치를 함께 살폈다. 엄선한 결과 제27회 영랑문학상 대상에 박순자 시인, 작가대상에 하승우 시인을 선정했다. 본상 수상자로는 홍지은·김선영·정계원 시인을, 우수상 수상자로는 김태범·오정선·오종민 시인을 각각 선정했다.
본상 수상자로 시집 『내 메일함에 너를 저장해』를 상재한 정계원 시인을 선정한다. ‘미의식의 지평을 여는 언어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은 정 시인은 “붓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산비둘기의 사투리도 사라지고, 승무를 추던 편서풍도 사라지고, 군선강을 깨우던 목탁소리도 사라지고, 초서체로 흔들리던 수양버드나무도 사라지고”(「당간지주의 오후」)에서처럼 개성적인 은유와 상징의 활용이 시를 읽는 재미를 증폭시킨다. 개성적이다. 어조는 부드러우나 시적 의미는 강하게 전달되는 내적 힘을 높이 사면서 정계원 시인을 본상으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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