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울음소리

정계원 시인/목탁조

정계원 시인 2023. 5. 18. 00:37

 

목탁조

 

 

두 마리의 어린새끼새를 거느리고 살았다

어느 날,

 

독수리가 날아와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새끼들이 온데간데 없다

밤이 늦도록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몸속으로 붉은 장맛비가 한없이 내렸다

그는 날마다 허공을 바라보며

체온이 없는 깃털만이라도 찾으려고 했다

혈관 속으로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슬픔을 쫓아 내려고 갈참나무를 쪼아댔다

몸속 슬픔은 콘크리트 보다 더 굳어졌다

새끼들의 그림자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저녁이 타들어가도록 또 쪼아댔다

갈참나무를 쪼아대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슴을 쪼아대는 것이었다

흰 눈은 북극으로 떠나고

들판에서 나비가 꽃과 정사를 벌이는 4,

 

그는 어린새끼들의 영혼이 사라진 허공에

영산홍빛 눈물을 채우고 있다

 

 

계간지 『시현실』 2023년 봄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