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조
두 마리의 어린새끼새를 거느리고 살았다
어느 날,
독수리가 날아와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새끼들이 온데간데 없다
밤이 늦도록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몸속으로 붉은 장맛비가 한없이 내렸다
그는 날마다 허공을 바라보며
체온이 없는 깃털만이라도 찾으려고 했다
혈관 속으로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슬픔을 쫓아 내려고 갈참나무를 쪼아댔다
몸속 슬픔은 콘크리트 보다 더 굳어졌다
새끼들의 그림자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저녁이 타들어가도록 또 쪼아댔다
갈참나무를 쪼아대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슴을 쪼아대는 것이었다
흰 눈은 북극으로 떠나고
들판에서 나비가 꽃과 정사를 벌이는 4월,
그는 어린새끼들의 영혼이 사라진 허공에
영산홍빛 눈물을 채우고 있다
계간지 『시현실』 2023년 봄호 발표작
'나의 울음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계원 시인/ 제3회 시산맥시문학상 본선 작품 및 심사평 (0) | 2023.07.07 |
---|---|
정계원 시인/편백나무베개 (0) | 2023.05.18 |
제27회 영랑문학상 심사 경과/정계원 시인 (0) | 2022.07.16 |
붓다의 발자국/정계원 시인 (0) | 2022.07.07 |
내 메일함에 너를 저장해/도민일보사 (0) | 2022.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