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개론
정계원
그들은 오동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산다
외투를 벗은 맨살로 붉은 생의 궤적을 그린다 한때는 수도꼭지의 입술이 터지는 추위와 맞서 싸우며, 두 눈이 실명된 날도 있었으리라 눈을 뜨지 못하는 씨앗에게 건넬 신의 계시를 찾아 암반 밑으로 뿌리를 내렸으리라 아니다 그믐달의 치맛자락이
서산에 가까워질 때 긴 칼을 찬 뒷골목 그림자들이 지하방에 감금시켜도 푸른정신으로 끝내 두 무릎을 꿇지 않았으리라 2월이 겨울강을 건너왔다고 잔설이 전해주던 날, 삼천궁녀가 절벽으로 온몸을 날리듯 그도 지상으로 낙하한다
그들이 붉은 목숨으로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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