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경전을 만나다
정계원
초파일에 아이들의 사주에 이끼가 끼지 안케 하려고 도계 황조리 마을 도덕정사 붓다를 찾아갔다
동자승이 목어를 두드리며 산기슭에 숨어 사는 산짐승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있다 그때 깊은 계곡에서 내려온 열목어가 불전함에 정화수 한 바가지를 보시한다 어젯밤, 도시의 뒷골목에서 찾아와 법당을 서성거리던 쉰바람과 함께 나는 두 손 모아 합장을 한다
잣나뭇가지에서 108배를 드리는 청설모, 아랫마을 짜장면집 철가방이 달아 놓은 연등도 보인다 밤 열두 시의 어둠과 치열하게 싸우던 법당의 촛불은 눈이 충혈되어 있다 오늘따라 암자의 담장을 끼고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붓다의 설법으로 들린다
늪의 발을 씻어주던 연꽃이 잘 왔다는 듯이 초록 귀를 펄럭이며 나를 향해 합장하고 있다
-문학매거진『시마』2023 가을, 17호 발표작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층층나무단풍 (0) | 2023.10.17 |
---|---|
환상의 피아노 (0) | 2023.10.17 |
계간 『시마詩魔』 제17호, 2023년 가을호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0) | 2023.08.17 |
정계원 시인/청화용문도자기 (0) | 2022.12.20 |
정계원 시인/헝가리거위털이불 (0) | 202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