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피아노
정계원
김동명문학관 세미나실에 피아노 한 대가
혼자 앉아 있다
내가 책상에 앉아 오수를 즐기는 동안
한 사내가
하늘에서 내려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연주자의 손가락을 바라보던 파초들이
귀를 펄럭이며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는 반주에 맞춰
‘내마음’을 따라 부르고 있다
지나가던 바람도 따라 흥얼거린다
연주자를 지탱하던 의자도 일어나
춤을 추는 듯 하다
키가 큰 파초는 초록치마자락을 흔들며
탱고 춤을 춘다
피아노 소리에 『나의 거문고』 시집 속의
활자도 일어나 노래를 한다
바람에 유리창이 몹시 흔들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피아노만 있고 초허는 사라지고 없었다
2023. 『문예운동』 통권159호 가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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