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울음소리

정계원 시인/ 초허의 목격자들

정계원 시인 2024. 6. 28. 01:52

나의 거문고가 운다

그 악기가 울 때면 초허가 지상으로 출현한다

그 악기가 울 때면 돌이 피고, 성좌가 영글고

그 악기가 울 때면 빈 들판이 사라지고

그 악기가 울 때면 실명한 호수가 눈을 뜨고,

 

파초의 꽃이 핀다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눈빛이 살아나고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고독이 죽어가고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이별이 여물어가고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하늘의 문이 열린다

그 문이 열릴 때면 초허의 뒤안길이 보이고

그 문이 열릴 때면 검은 바람이 찾아오고

그 문이 열릴 때면 초허가 떠나가고

그 문이 열릴 때면 제비꽃이 초허를 찾는다

 

여섯 개의 현과 파초, 그리고 하는,

38선과 진주만의 목격자로 내가 남는다

 

 

   -출처 : 2024년 시와 시학』 여름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