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문고가 운다
그 악기가 울 때면 초허가 지상으로 출현한다
그 악기가 울 때면 돌이 피고, 성좌가 영글고
그 악기가 울 때면 빈 들판이 사라지고
그 악기가 울 때면 실명한 호수가 눈을 뜨고,
파초의 꽃이 핀다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눈빛이 살아나고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고독이 죽어가고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이별이 여물어가고
그 꽃이 필 때면 초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하늘의 문이 열린다
그 문이 열릴 때면 초허의 뒤안길이 보이고
그 문이 열릴 때면 검은 바람이 찾아오고
그 문이 열릴 때면 초허가 떠나가고
그 문이 열릴 때면 제비꽃이 초허를 찾는다
여섯 개의 현과 파초, 그리고 하는,
38선과 진주만의 목격자로 내가 남는다
-출처 : 2024년 『시와 시학』 여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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