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울음소리

2024년 『시현실』가을호/ 내 마음에'호수'가 고여있다

정계원 시인 2024. 11. 9. 00:06

 

내 마음에 호수가 고여있다

 

 

정계원

 

 

 

내 정신의 긴 언덕에 초허의 생가가 있다

부흥새 우는 저녁도 있고

초허와 동행하던 유년의 허기도 보인다

 

스무 살의 연둣빛 잎새로 현해탄을 건너가

고독에 시달리며 상아탑을 쌓던 그가

앙칼진 열도에 저항하며 오랫동안 머물렀다

고양된 정신으로

의지의 문신처럼 태극기를 가슴속에 새기고

한반도로 돌아왔다

긴 칼이 번득이는 식민지의 날들과

붉은 깃발이 흰 치아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함흥의 밤,

스스로 단단한 붉은 이념의 어둠을 깨며

철책을 넘는다

서울 신촌의 배꽃학당의 교단에 올라

식민의 칼날에 쓰러지는

잠든 지성의 나무들을 흔들어 깨웠으리라

19681, 그의 발자국은

 

망우리에서 멈추었다 하지만,

사천샛돌길에 여섯 권의 시꽃이 피어나

지독한 나의 무지한 겨울을 녹이고 있다

 

 

출처-2024,<시현실>가을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