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발표 시

붓다 어깨의 흰 나비

정계원 시인 2026. 1. 6. 00:26

붓다 어깨의 흰 나비

 

정계원

 

 

대웅전에 큰 귀가 늘어진 붓다의 어깨에

나비가 앉아 있다

 

도시의 바람들이 명품백을 손목에 걸고

대웅전을 헤집고 다니지만

나비는 늘 빈손이다

그 나비는 어깨의 통증이 있어도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장맛비에 날개가 젖어도

나무 그늘에 앉아 쉬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내 무릎관절에 비명이 들이는 쉰 살의 시간,

팔월 화살촉의 햇살이 정수리에 꽃혀도

한 마디의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갈탄처럼 목이 타는 혹서에도

한 방울의 맹물이라도 마신 적이 없다

 

어느 누구든 방하착을 해야만, 나비처럼

붓다의 어깨에 앉아 있을 수 있나 보다

저 흰 나비가 나를 깨우는 늦은 오후다

 

 

-출처 : 2025다층겨울 통권108호 젊은 시인 7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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