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별유천지에서 온 편지
정계원
여기는 무소유를 종신 서약한 산바람만이 사는 동네,
1g의 증오도 허용하지 않으며
독침을 가진 벌은 출입을 거부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두 다리를 뻗치고 서 있는 이상향의 나라입니다
돌 깨는 소리가 사라진 시멘트 쇄석장에
언제부턴가
들꽃들이 가족을 이루고 터를 잡고 사는 천상의 세계,
그래서 이곳을
신선봉 신들이 내려와 사는 숲이라고 하는 까닭입니다
매미들은 노동의 눈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직 노래만 부르며 살 수 있는 곳입니다
햇볕이 좋은 날엔 라벤더들이 보랏빛 얼굴을 맞대고
마태복음서 구절의 행간을 걷기도 합니다
어제는 수탉 두 마리가
치열하게 영역 싸움을 하다가 퇴출당했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므로
이곳을 동방의 나라 동해의 지상낙원이라고 합니다
-출처 : 2025년 『다층』 겨울 통권 108호 –젊은 시인 7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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