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김학주 시인-시간의 꽃

정계원 시인 2026. 7. 4. 14:53

시간의 꽃

 

김학주

 

 

눈이꽃보다 먼저 내린다 푸른 시간이 

눈보다 먼저 와

 

도요새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까마귀는 우는 방법을 잃어버렸고,

바다가 산으로 가려고 허물을 벗는다

 

그러나 놀란 새들이 둥지를 비우고

달의 뒷면으로 이동을 한다

나무들은 계절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지 끝에 달을 매달지 않는다

 

시간이 꽃으로 피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시간이 아니고,

강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간의 꽃을 피우려고

창가에 앉아 천 번의 허물을 벗는다

 

 

 

 

 

 

-출처, 김학주 시집 「이마엔 실직의 주름살이 강물처럼 흐르고」에서

          -2002년 「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