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가 되었어요
박상순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해파리가 되었어요.
젖었어요, 바다에.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마음속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
긴 꼬리 쥐 떼가 쳐들어왔어요.
식당을 먹었어요,
도서관을, 경찰서를, 기차역을 먹었어요.
시인은 숲속으로 달아났어요. 소설가는
쥐 떼에 합류했어요.
동대문엔 깃발이 펄럭였어요,
남대문 옆 길바닥엔 무궁화, 무궁화,
살아남은 사람들이 바닥에 누웠어요.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해파리가 되었어요,
젖었어요, 바다에.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마음속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
다시 못 볼 수도 있데요.
하지만 다행이지요. 내일 오후엔 발자국의 기념식,
모레 오후엔 살아나온 내 청춘을 만나러 갈 거예요.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해파리가 되었어요.
젖었어요, 바다에.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마음속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바다예요, 여기는. 온종일 비가 내려요.
-출처 : 『시현실』 2026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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