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박상순 시인/해파리가 되었어요

정계원 시인 2026. 7. 8. 21:39

해파리가 되었어요

 

박상순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해파리가 되었어요.

젖었어요, 바다에.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마음속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

 

긴 꼬리 쥐 떼가 쳐들어왔어요. 

식당을 먹었어요,

도서관을, 경찰서를, 기차역을 먹었어요.

시인은 숲속으로 달아났어요. 소설가는

쥐 떼에 합류했어요.

 

동대문엔 깃발이 펄럭였어요,

남대문 옆 길바닥엔 무궁화, 무궁화,

살아남은 사람들이 바닥에 누웠어요.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해파리가 되었어요,

젖었어요, 바다에.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마음속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발자국, 눈 위의 발자국.

 

다시 못 볼 수도 있데요.

하지만 다행이지요. 내일 오후엔 발자국의 기념식,

모레 오후엔 살아나온 내 청춘을 만나러 갈 거예요.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해파리가 되었어요.

젖었어요, 바다에.

밤 12시에 누구누구는 마음속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바다예요, 여기는. 온종일 비가 내려요.

 

 

-출처 : 시현실2026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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