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편
정계원
들국화가 핀 가을남편과 함께 산다 나는,
그가 근무교대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새벽 5시,
서둘러 현관문을 나선다
구조조정의 겨울군홧발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정규직 인양
피멍 든 생의 뉴스를 재생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첫눈이 내리는 12월이 4월 인양
꽃의 두 볼에 화색이 돌기를 기다린다
예전엔 그의 하루가 애국가로 시작하여
애국가로 끝났으나
저녁이면 온몸이 텅빈 곳간으로 펄럭거린다
지금은 기간이 남은 사원증을 반납한 채
임금피크제의 칼날 위를 걸으며
세상이 거꾸로 보이는 고드름으로 산다
2021년 『문학과 사람』 가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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