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정계원 시인/ 블랙롱코트

정계원 시인 2021. 9. 10. 22:31

<2021년 시와반시-가을호 표지>

  블랙 롱코트

 

  정계원

 

  벽장 나무옷걸이에 내가 베짱이의 얼굴로 걸려있다 그러므로,

 

  강물처럼 직선으로, 혹은 뒤돌아 걸어 본 적이 없다 각혈하는 단풍처럼 붉게 울어 본 적도 없다 뭉게구름처럼 여권 없이 국경선을 넘어 본 적은 더욱 없다 깃대의 깃발처럼 허공에서 찢어지도록 펄럭거려 본 적도 없다 또 그러므로,

 

  두 눈이 충혈되도록 밤새워 짠 그늘을 행인들에게 내어 준 적도 없다 마트의 입간판처럼 24시간 뜬 눈으로 새벽을 찾던 날도 없다 통닭처럼 기름가마솥에 발목을 넣어 본 기억이 없다 정신이 혼절한 사막의 이마에 비 한 방울을 뿌려 본 적이 없다

 

  암자의 목어 소리가 잠든 나의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2021시와반시가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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