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정계원 시인/북극의 루루淚淚/야단법석

정계원 시인 2021. 12. 7. 01:49

 

 

북극의 루루淚淚

 

 

정계원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머그잔 속에 그의 눈물이 고여있다

 

그곳엔 옷 한 벌 걸치지 않은 유빙들이 고아처럼 떠다니고 설원엔 흰곰의 발자국들이 모두 시들어 있다 빙하가 눈물을 흘릴수록 섬들이 가라 앉는다 시력을 잃은 별들마저 베링해 속으로 사라진다 매연을 가득 실은 지구는 여전히 공학전자계산기를 두들기며 돌고 있지만, 그곳엔 동상에도 걸리지 않던 미나리아재비의 두 볼이 얼어있다 천년 동안 감추었던 그의 등뼈가 드러나고 지구가 온통 염천이다

 

천연덕스럽게 소파에 누워 리모컨으로 냉풍을 주문한다 나는,

 

 

see202112월호 발표작품

 

 

 

 

야단법석

 

 

정계원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207-3에 갓바위가

팔공산 법회를 열고 있다

 

그곳,

생의 F학점을 받은 5월의 청개구리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다

서산을 넘지 못한

낮달 같은 소주병도 보인다

번지 없는 판자촌의 새끼비둘기

갓바위 앞에서 슬픔을 쫒아먹고 있다

한 계절이 지나고

인터넷 게임 중독에서 벗어난 쑥부쟁이가

OA합격통지서를 펄럭인다

108배를 끝낸 산제비가

절름거리는 벚나무를 데리고 온다

팔순의 박꽃이 정화수를 제단에 놓는다

돌탑을 돌던 금강초롱도 박달나무 같은

아들을 낳았다

 

갓바위 앞에 모인 사람들의 온몸이 기도다

 

 

 

see202112월호 발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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