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눈꽃/정계원/

정계원 시인 2022. 3. 26. 00:37

 

  눈꽃

 

 

  정계원

 

 

 

  꽃이 꽃으로 피지 못한 채, 시간으로 사라진 꽃들이 있다

 

  그는 시든꽃이 되지 않으려고 칸트의 철학을 탐독했으리라 깨알 같은 경제지 칼럼을 무수히 읽었으리라 음지에서도 꽃술을 펼쳐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안다 천 개의 촛대를 녹이면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열독했으리라 빙하의 계곡을 수천 번 순례를 했으리라 어둠 속에서 꽃으로 몸을 풀어내기 위해 온몸을 냉동시켰으리라 베링해의 푸른 눈발이 정수리에 쌓일 때 비로소 꽃이 되었으리라

 

  화려하게 살다가는 순간의 몸짓, 짧고 굵은 생의 꽃이다

 

 

2022시현실봄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