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권우상/전기구이

정계원 시인 2022. 6. 12. 22:28

나는 통닭을 줄줄이 꿴 전기구이를 보면

전기고문이 생각난다.

털이 몽땅 뽑히고 다리가 잘려나간 채

목 마저 떨어져 나간 통닭을 보면

그때의 차디찬 기억이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어느날 검은 선글라스 사내들에 의해

눈 가리고 팔 꺾인 채 끌려간 캄캄한 지하실

무릎 꿇린 채

나의 내벽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신이여, 차라리 죽게 해주소서

죽음만이 살길이었던 참담한 기억들

 

창틀 안쪽에서 줄줄이 꿰여 빙빙 돌아가는

피 묻은 살덩이를 보면

나는 자꾸 어지럽고

구역질을 멈추지 못한다

저 닭도 결국 실토하고 말았을까

저 닭은 무엇을 실토했을까

 

나는 통닭을 줄줄이 꿴 전기구이를 보면

세상에서 제일인간답지 않은 것이

인간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본다

 

 

2022. 문예지 《창작21》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