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심은섭
나의 운명은 백일 동안만 사랑해야만 합니다
신은 강물에게 천년 동안 바다를 흠모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으나 나에겐 백일 동안만 사랑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 까닭에 찬 서리를 맞은 억새풀이 온몸으로 서걱대며 우는 그날까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짧은 사랑일지라도 나를 태워서라도 그 사랑을 이루어 내려고 발을 뻗어 호수의 물을 끌어와 목을 축여야 하고, 심술궂은 바람 몇 점이 밤낮 나를 흔들어도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며 살아왔습니다
온몸의 피를 펌프질하여 내 사랑이 저렴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가지마다 붉은 사리도 매달았습니다 백일이 지난 지금, 그 사랑은 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이젠 그 사랑을 내 등뼈에 문신처럼 새겨두려고 합니다
나는 언제 천년을 사랑할 수 있게 하렵니까
-출처 : 2026년 계간지 『시현실』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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