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의 성난 파도는 갯바위에 머리를 들이박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유채꽃도 노란눈물을 흘린다
피신했던 가족이 사라진 동굴은 슬프다
바다는 섬을 달래며 피멍든 얼굴로 누워있다
죽음의 피비린내를 피해 대마도는 오래전에
일본으로 피신하여 산다
섬은 밤마다 고통의 신음소리를 낸다
돌하루방도 역사의 사관으로 섬을 떠나지 못한다
어느날,
성산포가 들려주던 그날의 사건을 엿들은
멸치떼들은 총성으로 이 세상을 달리했다
해국은 이들의 뼈를 위해 기도를 했으며
이 소식을 들은 등대는 밤마다
붉은 불빛을 객혈한다
그때부터
섬은 무수한 죽음을 올려놓아도 가라앉지 않는다
역사의 현장에 있던
파도는 귓밥을 자르며 그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잠자고 있던 동사무소가 고개를 숙인다
한라산할매가 천년동안 흰머리로 누워있는 이유를
바람이 전해주고 있다
2021. 『시인정신』 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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