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은유
정계원
하얀 정장차림의 랍비가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다
어떤 이유도 없이 그가 그냥 서 있을 리가 없다
몇 개의 초월은유를 생각했으리라
알레고리도 함께 웅크리고 앉아 있으리라
이마엔, 울음의 강물이 완곡법으로 흐르고
귀퉁이가 헤진 시작법이 계단에 가득 쌓여있다
그의 가슴으로 창백한 얼굴의 부호들이 드나들던
허술한 문장들이 귀가할 땐 나팔꽃이 된다
그가 주제의 통일성을 잊은 목선을 예인하는 날엔
정신의 뿔이 날카롭다
수평선 위의 철갑선도 그의 직유법 강의를 들으면
미소 띤 의성어의 얼굴로 1연에 정박한다
그가 잠든 사이에 포스터모더니즘이 죽어 간다
날마다 고통의 시상전개가 시작될 때면
1mm의 1연이 담쟁이처럼 연으로 자란다
가끔, 우울증의 서정시가 그를 찾아온다
단단한 고독의 사유로부터 이탈을 요구하는 그의
마지막 계단엔 모순된 상상력을 위해 게보린이
언덕을 이루고 있다
2021. 『다층』, 여름호-발표작품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라비카커피나무 / 정계원 (0) | 2021.07.02 |
---|---|
침묵의 식탁/정계원 (0) | 2021.07.02 |
드라이플라워 - 정계원 (0) | 2021.06.20 |
4˙3비가 - 정계원 (0) | 2021.06.20 |
접시꽃 - 정계원 (0) | 2021.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