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커피나무
정계원
언제쯤 찾아왔는지 알 수 없는 아프리카의 여인이 베란다에 산다 이곳으로 올 무렵 그의 몸집은 한 장의 가난이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그날부터 환청으로 들리는 검은 대륙의 치마폭 끌리는 소리, 그러나 나뭇가지에 초록눈물을 달기 시작했다 혹한의 겨울날, 붉은 흉터로 물을 끌어 올리며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를 보았다 그도 어금니를 깨물며 한 됫박 붉은 피를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어깨에 태양의 빗살무늬 화인 몇 개 찍어내고 가을무서리 위로 걸어 보기도 했다 어둡던 얼굴이 황금나팔꽃으로 피어 훈민정음을 읽는 눈빛마저 밝아졌다 하얀 핏빛의 둥근우주도 빚어내고 있다
2021. 『시사사』, 여름호-발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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