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8

심은섭 시인/ 『물의 발톱』

달에서 지구의 플라스틱 병이 발견되었다  그 사실을 지구를 향해 황급히 터전했으나   인류가 벌집의 애벌레를 털어 먹었고, 피조개가 소유했던 갯벌을 갈아엎고 세운, 공장 굴뚝의 연기를 들이마신 나팔꽃 성대결절로 나팔을 불지 못해 새벽을 불러올 수 없다는 것이다 산속 벌목공들의 톱질 소리에 숲들이 원형탈모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산새들이 또 신문사에 제보했으나 입에 거품을 물고 쓴 기사 하나 없다    신문을 읽던 빗방울들이 치를 떨며 강가에 모여 완강한 쇠사슬의 스크랩을 짜고 황톳빛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발톱을 나는 처음 보았다 그 발톱으로 지상의 모든 길을 집어삼켰다 겁에 질린 어떤 나무는 겨울에 붉은 꽃을 피웠다 종족 번식을 위해 여름밤과 협상하던 달맞이꽃의 생식기마저 알뜰하게 거세하고 말았다..

내가 읽은 시 2024.04.27

심은섭 시인/늙은 목수

늙은 목수:울산광역매일 - 울산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신문 (kyilbo.com)울산광역매일≫ 늙은 목수" data-og-description=" 목수는태아의집을짓기시작했다사내아이사주속에서푸르게자라던한그루무궁화나무,꽃활짝피워내고,천수를누리라고이름을장수라고지었다찬공기로허" data-og-host="www.kyilbo.com" data-og-source-url="https://www.kyilbo.com/332053" data-og-url="http://www.kyilbo.com/332053" data-og-image="https://scrap.kakaocdn.net/dn/16876/hyVVLSXQfi/GTtYRDkyuBoipEs5n8DNLK/img.jpg?width=500&height=531&face..

안이숲 시인/멸치 똥

멸치 똥을 깐다 변비 앓은 채로 죽어 할 이야기 막힌 삶보다 긴 주검이 달라붙은 멸치를 염습하면 방부제 없이 잘 건조된 완벽한 미라 한 구 말을 걸어온다 바다의 비밀을 까발려줄까 삶은 쓰고 생땀보다 짜다는 걸 미리 알려줄까, 까맣게 윤기 나는 멸치 똥 죽은 바다와 살아 있는 멸치의 꼬리지느러미에 새긴 셈세한 증언 까맣게 속 탄 말들 뚠눈으로 말라 우북우북 쌓인다 오동나무를 흉내 낸 종이 관 속에 오래 들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팔려온 누군가의 입맛이 된 주검 소금기를 떠난 적이 없는 가슴을 모두 도려낸 멸치들 육수에 풍덩 빠져 한때 뜨거웠던 시절을 우려낸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뼈를 남기고 객사한 미련들은 집을 떠나온 지 얼마만인가 잘 비운 주검 하나 끓이면 우러나는 파도는 더욱 진한 맛을 낸다 -출처 :..

내가 읽은 시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