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똥을 깐다 변비 앓은 채로 죽어 할 이야기 막힌 삶보다 긴 주검이 달라붙은 멸치를 염습하면 방부제 없이 잘 건조된 완벽한 미라 한 구 말을 걸어온다 바다의 비밀을 까발려줄까 삶은 쓰고 생땀보다 짜다는 걸 미리 알려줄까, 까맣게 윤기 나는 멸치 똥 죽은 바다와 살아 있는 멸치의 꼬리지느러미에 새긴 셈세한 증언 까맣게 속 탄 말들 뚠눈으로 말라 우북우북 쌓인다 오동나무를 흉내 낸 종이 관 속에 오래 들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팔려온 누군가의 입맛이 된 주검 소금기를 떠난 적이 없는 가슴을 모두 도려낸 멸치들 육수에 풍덩 빠져 한때 뜨거웠던 시절을 우려낸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뼈를 남기고 객사한 미련들은 집을 떠나온 지 얼마만인가 잘 비운 주검 하나 끓이면 우러나는 파도는 더욱 진한 맛을 낸다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