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무늬 두루마리
진혜진
너는 나로 나는 너로 감겼던 얼굴이 풀립니다 겹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풀려야 할 것이 풀리지 않습니다
예전의 당신이 아니군요 풀린 것들에서 배웅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얼굴을 감싸고 화장실을 다녀갑니다
내려야 할 물도 우주라 욕조에 몸을 띄웁니다 세면대의
관점에서 얼굴은 흐르는군요 얼룩의 심장이 부풀어 오릅니다
비누거품에서 맹세는 하얗다는 걸 보았습니다
이제 거울의 시간입니다 위험을 느끼는 것은 숨의 기억
입니다 피를 흘립니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얼굴에는
새카만 통로가 생겨납니다 너의 손안에 나를 풀어놓고
얼룩을 통과해야 할 때입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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