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진혜진 시인/ 얼룩무늬 두루마리

정계원 시인 2021. 12. 7. 00:46

얼룩무늬 두루마리

 

진혜진

너는 나로 나는 너로 감겼던 얼굴이 풀립니다 겹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풀려야 할 것이 풀리지 않습니다

예전의 당신이 아니군요 풀린 것들에서 배웅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얼굴을 감싸고 화장실을 다녀갑니다

내려야 할 물도 우주라 욕조에 몸을 띄웁니다 세면대의

관점에서 얼굴은 흐르는군요 얼룩의 심장이 부풀어 오릅니다

비누거품에서 맹세는 하얗다는 걸 보았습니다

이제 거울의 시간입니다 위험을 느끼는 것은 숨의 기억

입니다 피를 흘립니다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얼굴에는

새카만 통로가 생겨납니다 너의 손안에 나를 풀어놓고

얼룩을 통과해야 할 때입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