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최소연 시인/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는 뭐할까

정계원 시인 2021. 12. 7. 00:49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는 뭐할까

 

  최소연

 

 

  나의 열여덟 살 적 별이 빛나던 밤, 내가 절망에 젖은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너는 나를 빈 방으로 안내했어 나는 그 빈 방에 걸려있는 별이 빛나는 액자 속으로 숨어 버렸지 잘려나간 너의 한쪽 귀를 볼 때 달과 별 사이엔 나의 푸른 어둠이 더 많았고, 앳띤 헛기침소리로 너의 화선지 안에서 오랫동안 살았어 내 몸속의 사이프러스나무는 불꽃으로 타오르고 너의 몸 속으로 내가 강물처럼 흘러가던 날들이었어 사방이 각진 방에서 나는 고독의 화석이 되어가고 있어 어둠이, 영원히 소멸되지 않을 것 같던 또 다른 어둠으로 숨어드는 불혹의 밤, 너의 안부를 물어

 

  오늘도 나는 너가 있을 요양원의 빈 방을 페인팅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