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노출되어 있고 물고기는 숨어 있다
새는 불안하고 물고기는 은자이다
그래서 새는 흰 구름이 되어도 좋다고 했고
물고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세상이 끝난 뒤
물고기는 흰 구름이 될 수 없었다
새가 흰 구름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사람이 없는 어느 세상에서인가
흰 구름이 물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은
저 미래의 끝을 향해 노래하며 죽고 살며
흘러갔고
나 외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당도했다
불안한 곳에 살았던 새들이 구름이 될 때까지
흰 구름이 망각하고 물고기가 될 때까지
-출처: 시집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창비시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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