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허자경 시인/150㎖오렌지주스

정계원 시인 2021. 12. 7. 00:51

150㎖오렌지주스

 

허자경

 

식탁에 150㎖오렌지주스 한 팩이

있다

 

그것은

세 살까지 먹던 일용할 양식,

내가 믿고 따르 던 종교다

봄날 같은 밥솥이고

무상의 밥이다

외상으로 훔쳐먹은 삼세끼다

계산할 수 없는 한 여인의 눈물

지금은 갚을 수 없는 빚이다

 

잠자리에 드려는 순간

식탁에 어떠 한 촌로가 단아하게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