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이윤학 시인/제비집

정계원 시인 2022. 12. 20. 01:28

제비집

 

제비가 떠난 다음날 시누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제비집을 헐었다. 흙가루와 함께 알 수 없는

제비가 품다 간 만큼의 먼지와 비듬,

보드랍게 가슴털이 떨어진다. 제비는 어쩌면

떠나기 전에 집을 확인할지 모른다.

마음이 약한 제비는 상처를 생각하겠지.

전깃줄에 떠지어 앉아 다수결을 정한 다음날

버리는 것이 빼앗기는 것보다 어려운 줄 아는

제비떼가, 하늘 높이 까맣게 날아간다.

 

 

이윤학 시인 시집 『먼지의 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