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마경덕 시인/숟가락

정계원 시인 2023. 3. 31. 13:05

《숟가락

 

마경덕

 

제비 새끼처럼

넙죽넙죽 입을 벌리던 일곱 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도록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 숟가락 하나 있었다

 

가을볕을 담뿍 삼킨

몰랑한 대봉감을

숟가락으로 떠먹이던 흐뭇한 할머니

 

늦가을 감나무에

꼭지만 남은 할머니와 잃어버린 놋숟가락이 매달렸다

 

감씨를 쪼개니 숟가락이 들어있다

 

그동안 감나무도

숨겨둔 숟가락으로 제 살을 떠먹여 준 것이다

 

 

-출처 : 2023년 《다층》 봄호 통권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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