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등대의 사연
정계원
갯바람이 불어오는 해맞이길 언덕에
무수한 바람이 불어와도 천 년 동안 쉬지 않고
한 사내를 기다리는 내가 서 있습니다
육중한 태풍이 찾아와 용궁으로 끌려간 그 사내는 천년이 넘도록 편지 한 장 없습니다 밤에는 북방물개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 사내를 기다렸습니다 낮엔 묵호항을 떠나는 원양어선의 뱃고동소리를 들으며, 그가 돌아오기를 수평선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방파제를 뛰어넘는 거친 파도를 그 사내로 오인하여 맨발로 뛰쳐나가는 날도 있었으나 그믐달이 내 팔을 잡아당겨 주었지요 이젠, 시력이 낡아 그 사내가 돌아올 해류의 길도 잊고 삽니다 청력마저 가늘어져 어제 지나갔던 바람소리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가 비문도 없이 심해의 바다 밑에
흰 뼈로 묻혀 있을지언정 나는
돌부처가 된다 하여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2026년 <시와징후> 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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