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발표 시

아방가르드 공화국

정계원 시인 2026. 7. 6. 10:01

 

아방가르드 공화국

 

정계원

 

 

 

늦은 저녁9,

만해마을에 이상의 피를 한 모금 받아먹은

정신질환자들이 모여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도 살 줄 모르는

노랭이 K 시인이 말하기를

이강의 계보를 이어받은 이상한 시인들이

‘13의 아해를 해체 중이다라고 한다

 

멸치로 술안주를 하며 불안을 찾아 헤매던

이강이 비대상 시론을 열강하다가

큰 호흡을 한 번 하더니

나는 시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의 저자인

박월 시인이 술에 취한 채,

소파에 앉아 언어로 연금술을 조탁하며

경칩의 여자들을 쓰고 있다

 

컴퍼스로 수학 공식을 엎치락뒤치락하던

더벅머리 H 시인이 말하기를

포물선을 그리는 오렌지 기하학의 시를

쓴다고 한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대화에 나는

급히 아방가르드 공화국을 빠져나온다

 

 

-출처『시현실 』2026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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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A에서 B

 

 

정계원

 

 

 

동화책 속의 달에는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

내 몸속엔 빈 절구통만 보인다

 

생성 AI는 똑똑한 바보 로봇이고

난 달개비꽃 하나 피우지 못한 여류시인이다

 

장미는 요염한 입술의 마녀이고

앉은뱅이호박꽃은 빈 주머니의 대명사이다

 

고층빌딩은 갈등을 신봉하는 극빈의 종교이고

월세방은 우애를 생산하는 향교이다

 

꽃피는 궁궐엔 수라상이 있지만

암자엔 채식하는 적요와 여승이 홀로 산다

 

오늘도 난,

A에서 B로 가려고 무딘 정신을 갈고 또 간다

 

 

 

-출처『시현실 』2026년 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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