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나무말뚝 - 마경덕

정계원 시인 2021. 6. 18. 12:26

지루한 생이다 뿌리를 버리고 다시 몸통만으로 이러서다니,

 

한자리에 붙박인 평생의 불운을

누가 밧줄로 묶는가

 

죽어도 나무는 나무

갈매기 한 마리 말뚝에 비린 주둥이를 닦는다

 

생전에

새들의 의자 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온 내력이 전부였다

 

품어 기른 새들마저 허공의 것,

아무것도 묶어두지 못했다

 

떠나가는 뒤통수나 보면서 또 외발로 늙어갈 것이다

 

 

-출처: 시집 그녀의 외로움은 B, 상상인 시선.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