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꽃이 핀 빈집
허자경
그곳에도 참살구꽃이 피었으리라
일곱 개의 어린 신발의 울음소리
열대야가 심한 밤엔 가난을 삶는
냄새가 가득했으리라
달빛도 마당에 내려와 함께
가난을 먹었으리라
허기진 아이들의 긴 울음소리에
뒷문은 떨어져 나가고
뒤뜰엔 어둠이 쌓였으리라
문고리마다 붉게 충혈된 눈물
몇 장의 달력을 찢어 낸
시간의 무게만큼
허물어져 버린 부뚜막
안방엔 어미의 야윈 울음소리가
횃대에 걸려 있다
모두가 떠나간 폐허의 운동장
오늘따라 소한의 푸른 눈이 가득한 마당
눈꽃이 핀 무릎을 구부리고, 나는
빈집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2023년 『시와시학』 봄·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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