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허자경 시인/개복숭아꽃이 핀 빈집

정계원 시인 2023. 7. 7. 14:25

개복숭아꽃이 핀 빈집

 

허자경

 

그곳에도 참살구꽃이 피었으리라

일곱 개의 어린 신발의 울음소리

열대야가 심한 밤엔 가난을 삶는

냄새가 가득했으리라

달빛도 마당에 내려와 함께

가난을 먹었으리라

허기진 아이들의 긴 울음소리에

뒷문은 떨어져 나가고 

뒤뜰엔 어둠이 쌓였으리라

문고리마다 붉게 충혈된 눈물

몇 장의 달력을 찢어 낸

시간의 무게만큼

허물어져 버린 부뚜막

안방엔 어미의 야윈 울음소리가

횃대에 걸려 있다

모두가 떠나간 폐허의 운동장

오늘따라 소한의 푸른 눈이 가득한 마당

눈꽃이 핀 무릎을 구부리고, 나는

빈집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2023년 『시와시학』 봄·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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