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 쐬주
최소연
소주와 쐬주는 눈물이다
소주는 MZ예요 그의 잠은 길어요 한도 없는 카드를 좋아해요 탬버린 같은 그의 운명은 나이트클럽에서 비틀거리고, 맹물에 위해도 늦은 오후에 일어나요 애창곡은 고래사냥이고, 아진돌아가지 못한 어두운 밤을 신고 출근해요 그러나 몽상을 좋아해요 그의 하루는 1,000℃의 별빛이에요
쐬주는 저녁노을을 닮았어요 허밍으로 트로트를 흥얼거려요 농주를 마셔도 새벽에 일어나요 포장마차의 백열등이 흔들려도 그의 정신은 쇠모루처럼 단단해요 구멍난 앙말을 신고 보릿고개를 넘기도 했어요 나는 그가 뒷걸음질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는 틀니를 벗어놓고 그믐달로 가고 있어요
지금 나는 소주에서 쐬주로 익어가고 있어요
-출처 2023년『사와시학』 봄·여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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